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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 좋은 일...

kiku929 2010. 12. 2. 18:34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공지영

 

 

 

 

죽은 물고기만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고 브레히트는 말했지만

난 내 몸에 어떤 힘도 주지 않고 강물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기분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결이 흐르는대로, 그 물들의 결 하나하나를 온전히 느끼며 흘러가는 것,

그 속에서 난 평화를 느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좋은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것은

세월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며 음미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