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만 남았다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창밖은 하얀 눈,
날은 많이 차갑다.
밖은 영원히 얼어붙은 채 정지할 것처럼 고요하고
거실 안은 초의 움직임 소리만 가득하다.
시간은 너무도 깊은 강물같아서 누구도 얼게 할 수는 없으리라.
올 한 해, 삼 일도 채 남지 않았다.
왁자하게 걸어온 것만 같은데도 문득 곁에 보니 아무도 없다.
그 화려하게 피어나던 꽃들도, 초록도, 웃음 소리도...
이렇게 적막할 수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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