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슈테판 츠바이크 (이온화 옮김,지식의 숲)

kiku929 2011. 1. 10. 23:44

 

 

 

 

책소개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인간의 가식적인 마음을 해부하는 대가다. 발자크, 스탕달, 톨스토이, 에라스무스 등의 평전을 통해 20세기 3대 전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주인공들의 내면세계와 심리를 깊고 치밀하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는데, 평전이 아닌 소설에서도 그의 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아주 미세한 감정의 이기심까지도 낱낱이 밝혀내고 있는 『연민』은 그의 생전에 출판된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츠바이크는 이 이야기가 꾸며낸 것이 아닌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이 아니며, 단지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창조해내기보다 어떤 특별한 사건을 지닌 사람들을 잘 찾아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연민 안에는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실제로 츠바이크가 지어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들이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잉태하고, 그것들은 서로 판이하면서도 끝은 결국 가벼운 이기심으로 시작된 연민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인 연민, 혹은 동정심의 발단은 결국 당사자(타인)를 위함이 아니라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심일 수 있으며, 그런 이기심에 의해 시작된 연민이라면 끔찍하고 엄청난 파멸을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로이트의 친구이자 열렬한 팬이기도 한 츠바이크는 이미 그의 중단편을 통해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상태, 특히 망상 혹은 집착을 주요테마로 다루었다. 당시 이러한 새로운 경향의 심리소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았으며 이 소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츠바이크는 이 소설을 영국으로 망명하고 시민권을 취득한 다음 해인 1939년에 런던, 스톡홀름, 암스테르담에서 동시에 출판했다. 1946년에는 <연민을 주의하라 Beware of pity>라는 제목으로 이미 영국에서 영화로, 2004년에는 독일에서 방송극으로 만들어졌다.

[YES24 제공]

 

 

 

저자소개

 

슈테판츠바이크

지은이_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35년까지 잘츠부르크에서 살았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런던,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부인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전기소설가로 꼽히는 그는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인물들을 골라내서 그들의 생애와 행적을 추적하고 깊이 감춰진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사를 꿰뚫고 있는 깊이 있고 방대한 지식,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구성 능력,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힘을 지닌 문체는 독자의 심리를 치명적으로 건드리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작품으로 『천재와 광기』『정신의 탐험가들』『발자크』『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이유의 장미』『광기와 우연의 역사』등 전기소설과 자전소설『어제의 세계』단편집『아모크』희곡『볼포네』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손꼽을 만한 좋은 책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빽빽하게 쓰여진 책이었지만 나의 책읽기 속도에 비추어 굉장히 빨리 읽은 책이다. (4일에 걸쳐 읽었으니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인간의 심리를 훤히 들여다보듯 꿰뚫는 그 통찰력에 감탄하게 되고

그 통찰력을 글로 매끈하게, 군더더기 없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쓰여진 것에 또 다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소설의 구성에 있어서도 어느 것 하나 빼내어도 좋을 것 같은 장면은 하나도 있지 않다.

모든 장면들이 연관성을 가지며 서로를 치밀하게 엮어간다.

 

올 겨울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몇권과 더불어 보내게 될 것 같다.

좋은 책을 만나면 좋은 사람을 만난 듯 무한히 행복하다.

 

 

 

 

책 속에서...

 

 

빌어먹을 연민은 양면이 모두 날카로운 칼입니다.

그걸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연민에서 손을, 아니 마음을 놓아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처음에 한두 번 맞으면 통증을 진정시키고 마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죠.

그러나 육체나 영혼이나 우리의 기관은 불행하게도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이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원하듯 감정도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되고 결국에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입으로 '안됩니다'라고 말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나서 상대가 당신을 이제껏 한 번도 자기에게 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보다더 더

증오하게 된다 해도 마음쓰지 말아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옵니다.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으로, 남의 불행을 보고 느낀 괴로운 충격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려는 조급한 마음입니다.

이것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남의 고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려는 본능적 욕망일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민이기도 합니다만- 감상적이지 않은,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 연민은 인내하며 참으면서 자기의 힘이 한계에 부딪칠 때까지, 아니 그 이상까지

견디기고 결심하는 것, 그것이 자기의 임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악의 비참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갈 수 있을 때에만 지치지 않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까지 희생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반만 행한 일과 반만 내뱉은 암시는 언제나 악의 원인이 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어중간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소위님, 당신은 아마도 어찌해야 될지 잘 모르실 겁니다. 당신은 완전히 폐쇄된 아주 다른 세계에서

성장하셨고, 게다가 이상한 것은 무엇이든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을 아직 배우지 않은 행복한 나이입니다.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 나를 믿으십시오.

간혹 인생에게 속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직은 눈동자에 예리하고 남을 진단하는 표독스러운 시선이 숨겨져 있지 않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믿음이 담겨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이 노인과 가엾고 병든 아이를 그렇게 멋지게 도와줄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가 용감하게 또는 소심하게 행동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결과가 되었으며 무엇을 이루었느냐 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악이나 야만적 행위 때문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우유부단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