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최인호, 여백 2011

kiku929 2011. 7. 1. 10:16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그가 들고온 5년만의 신작 소설!

청년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언제나 세계에 대한 의문을 놓지 않았던 최인호의 5년만의 신작소설이다. 저자는 이번 소설 통해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리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의 문학은,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변신하고 자리를 바꾸는 작중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이 작가가 자신의 본령으로 여겼던 현대소설로 회귀하는 신호탄이라는 사실이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초기 중단편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현대소설과 역사, 종교를 다룬 장편ㆍ대하소설을 지나 소설가 최인호의 ‘제3기의 문학시대’가 열리는 시발점이 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장편의 분량과 형식을 취하면서도 간결한 구조와 압축된 문제의식으로 인해 단숨에 읽히는 ‘단편의 콘텐츠’를 취하고 있다.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범적인 가장으로서, 의사 친구와 가깝게 지내며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스스로의 도덕적 결함을 견디지 못하는 제도적 인간으로서, 그리고 주일마다 미사에 반드시 참석하는 견실한 신앙인으로서 K는 생의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일상이 조작되고 현실에 균열이 생기며, 그로 인해 환상과 실재의 공간을 오가면서 K는 사실 조작된 것은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주변 세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급기야 처음에는 자신의 행세를 했을 것이라 믿었던 또 다른 ‘K’에게 순순히 ‘참 자아’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자신이 쌓아온 견고한 삶이 생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생은 때때로 허물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입기도 하는 것. 자신이 만든 견고한 삶은 하나의 무대에 지나지 않았으며, 거기에 ‘진짜 삶’은 없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K는 자신의 배역과 역할에 충실한 동안 정작 자신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도덕적이고 합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세상에 떳떳하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 제도에 순응함으로써 갖게 된 스스로의 착각일 뿐이다. 그 단단할 것 같은 일상에 금이 가면서 K는 자신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그는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된 또 다른 삶을 목격하는 것이다.

[YES24 제공]

 

 

 

하루만에 다 읽을만큼 흥미와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최인호'라는 이름은 386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 세대의 키워드라고 할 만큼 작품성과 동시에 많은 대중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하다.

올해 67세인 그가 암과 투병을 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청탁이 아닌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전작소설이라고 한다.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 쓴 수제품이라고...

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그 점에 있어서 나는 암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암은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내가 보는 모든 사물과 내가 듣는 모든 소리와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하느님과 진리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학문이 실은 거짓이며, 겉으로 꾸미는 의상이며, 우상이며,

성 바오로의 말처럼 사라져가는 환상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헛꽃 [幻花]임을 깨우쳐 주었다."고.

그의 말처럼 이 책에서는 우리가 굳건히 믿고 있는 지금 이 현실과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헛것일 수 있다고 주인공 K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낯익은 타인들'이라는 제목은 얼핏 모순으로 보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조차도 낯익은 타인임을, 우린 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진정한 자신을 만나지 못한 채 낯익은 자신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이 익다고 해서 자신이라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는가.

우리 안에는 수많은 나의 얼굴이 존재하고 있지만 우린 그 얼굴중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어느 한 얼굴을 선택하며,

또는 선택당하며 살아갈 뿐이다.

내가 선하다고 해서, 모범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며, 내가 폭력적이고 비열하다고 해서 또 그것이 전부의 나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은 그 얼굴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에 두고 온 나의 얼굴, 성장의 아픔으로 인해 잃어버린 나의 얼굴, 사회에 속하기 위해 버려야 했던 나의 얼굴,

그 반쪽, 야누스의 얼굴들...

주인공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그 시간동안 자아분열을 일으키며 자기의 반쪽을 추적해냄으로 해서 완전한 자기의 모습으로 합체되어

종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완전한 나로 태어나 나의 반쪽을 잃고 살다가 죽음의 순간에서야 

비로소 온전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변함없이 소설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계신 최인호 작가님을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진심으로 반갑고 기쁜 마음이었다.

 

 

 

 

 

<저자소개>

 

최인호

한국 문단에서 이색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작가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표지에 작가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등이 그가 갖고 있는 타이틀이다.
최인호는 서울고 2학년 재학중이던 열여덟살 때(1963)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벽구멍으로」로 당선작 없는 가작입선을 했다. 수상식장에 나타난 교복 차림의 최인호를 보고서야 그가 고등학생임을 알게 된 신문사 측은 그의 이름만 내고 작품은 게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일보 화재 때 작품이 소실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후 주요 문예지에 글을 게재하던 최인호는 스물 일곱 되던 1972년 『별들의 고향』을 조선일보에 연재함으로써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로 기록되었다. 원래 제목은 `별들의 무덤`이었으나 신문사측에서 `조간신문에 아침부터 무슨 무덤이냐`며 일방적으로 `고향'으로 바꿔 버렸다고 한다. 이 글이 나오자 당시 전국의 술집 아가씨들이 너도 나도 가명을 `경아'로 고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73년 예문관에서 상하권으로 나온 『별들의 고향』은 출판되자마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0만부가 팔려 나갔으며,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책 뒤표지 전체를 최인호의 얼굴사진으로 채웠다. 책 표지에 작가 사진이 게재된 최초의 사례였다.

최인호는 영화화된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작가이기도 하다. 『적도의 꽃』 『고래사냥』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 밤』 『겨울여자』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만도 20여편이나 된다.

한국 최초의 본격 대중작가로 기록된 최인호는 한 달이면 천여장씩 쓰는 다작을 기록하다가, 때로는 쉼표 삼아 몇 년씩 쉬기도 하면서 숱한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왔다.

최인호의 문학은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 『사랑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로망, 『깊고 푸른밤』 『적도의 꽃』 등 도시적 감수성이 짙은 현대소설, 그리고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왕도의 비밀』로 이어지는 역사소설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소설이라는 숭고한 문학양식을 상업거리로 삼는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깊고 넓은 편이다. 무엇에 미치기를 잘 하는 타고난 `재능` 덕분에 다양한 소재의 글들을 잘 소화해 냈다.

80년대 말엔 법륭사 벽화를 보고 충격을 받아 백제에 푹 빠져 『왕도의 비밀』을 창작했고, 조선시대 실존인물인 한국 불교 선맥의 거봉 경허를 주인공으로 『길 없는 길』을 써냈다. 90년대 중반엔 고구려에 미쳐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5부작 『잃어버린 왕국』을 발간하기도 했다.

열애 끝에 결혼한 부인과 딸 다혜, 아들 도단이 사랑하는 그의 가족이다. 『겨울 나그네』에서는 딸과 같은 이름의 여 주인공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1987년 가톨릭에 귀의했으며, 1994년 교통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