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즐거움 -이지누의 '관독일기'를 읽다가

kiku929 2011. 3. 30. 21:45

 

 

 

 

 

요즘 연거푸 두 권의 좋은 책을 읽고 있어서 덕분에 보람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한 줄 한 줄 아껴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오면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잠시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래서 나의 책읽기는 매우 더디다.

나에게는 책을 읽는 일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읽어가며 마음에 소리없이 쌓여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즐거움이 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이지누의 '관독일기'.

책을 읽으며 느낀 감상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다.

작가 이지누는 '절터,그 아름다운 만행'이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풍경들을 사진과 글을 통해

흔적으로 남기는 작가쯤으로 그동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독서를 통한 산문을 다시 접하며 그의 내면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즐거움과 그에 따른 호기심,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 까닭이다.

 

난 우리 시대에 '선비 정신'이 사라져 가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물질 만능, 외모 지상 주의,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가치관, 일회성의 효용가치...

이러한 사회의 보편화된 인식 속에서 나 또한 예외의 삶을 살 수 없기에 이따금 나의 가치관과 사회의 가치관이 충돌이 될 때면

스스로 무기력해지면서 존재의 가치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아의 열등감을 불러오곤 했다.

 

우리 옛 현인들이 추구했던 선비의 정신이 그립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그러한 선비의 정신은 끝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단비처럼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런 그리운 마음이 어느정도 해갈이 되는 것 같아

모처럼 영혼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 기분이다.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