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붕어섬에서
산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 정희성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
나에게 존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시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살아계신 부모님,
그리고 일 년에 고작 한 두번의 만남이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봐주는 형제들...
그런 산같은 존재들이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나는 살아가면서 늘 안심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빠!
며칠전 오빠와의 전화 통화에서 '존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요.
예전의 내가 사람과의 관계를 뭔가 실감나는, 현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그냥 누군가의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믿음만으로 충만돼요.
그렇게 존재하는 것은 결코 변하지도 않고 배반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러기에 내겐 '있다'와 '없다'는 너무 큰 차이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 사실만으로 내게 힘이 되어주거든요.
그러니 오빠, 오래도록 있어주세요.
이것이 제가 오빠에게 제일로 바라는 거랍니다."
-오빠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
내가 가끔 다니는 모카페에 자신의 애송시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윗글은 그곳에 올린 글이다.
이 시는 아마도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인간관계의 모토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어서
살다가 사람의 살내음이 그리워질 때, 그래서 서로 부대끼며 살고 싶을 때가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사람사는 맛이라는 생각도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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