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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송시 (산 / 정희성)

kiku929 2011. 3. 10. 19:56

 

                                                                                                                                                 화천 붕어섬에서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 정희성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

 

 

 

 

 

나에게 존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시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살아계신 부모님,

그리고 일 년에 고작  한 두번의 만남이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봐주는 형제들...

그런 산같은 존재들이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나는 살아가면서 늘 안심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빠!

 

며칠전 오빠와의 전화 통화에서 '존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요.

예전의 내가 사람과의 관계를 뭔가 실감나는, 현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그냥 누군가의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믿음만으로 충만돼요.

그렇게 존재하는 것은 결코 변하지도 않고 배반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러기에 내겐 '있다'와 '없다'는 너무 큰 차이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 사실만으로 내게 힘이 되어주거든요.

그러니 오빠, 오래도록 있어주세요.

이것이 제가 오빠에게 제일로 바라는 거랍니다." 

 

-오빠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

 

 

 

내가 가끔 다니는 모카페에 자신의 애송시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윗글은 그곳에 올린 글이다.

 

이 시는 아마도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인간관계의 모토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어서

살다가 사람의 살내음이 그리워질 때, 그래서 서로 부대끼며 살고 싶을 때가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사람사는 맛이라는 생각도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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