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를 돌아본다.
그리곤 나에게 말한다. 예전보다 조금은 더 자란 것 같다고.
내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든 관계에서 내 자신이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남, 슬픔, 우울, 실망... 이런 감정에 휩싸일 때에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나에게서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고나서는 나의 화난 모습이나 슬픈 모습을 떨어져서 바라본다.
넌 지금 슬프구나, 넌 지금 화가 나 있구나... 라고.
나는 그런 나를 그냥 가만히 놔두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평온해짐을 느끼게 되는 때가 온다.
(물론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참 많이 의식을 했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그 이면에는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욕구가 있는 한 나는 언제나 타인에 의해 감정이 휘둘리게 됨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로써 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내 길을 내가 걷고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우선이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생각해도 내가 많이 달라졌다. ^^;
나를 좀더 어른이게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있다면 아마도 이 공간이 아닐런지...
이곳은 나와 내가 소통하는 장소의 의미를 갖는다.
내가 세상과의 소통대신 이곳을 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들을 이곳에 털어놓음으로 해서 내 마음을 비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외로움이 외로움일 수 없고, 홀로이면서도 홀로이지 않을 수가 있게 되었다.
나 역시 스스로 그러한 존재임을...
'스스로 그러하다'
이제야 불교에서 말하는 그 뜻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젠 외롭지도 않고 마음도 평온한데 이 쓸쓸함은 어인 까닭인지...
문득, 쓸쓸함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감정...
그것이 인간의 원래의 본성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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