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우산이끼를 들인 날

kiku929 2011. 3. 17. 19:20

 

 

 

 

 

 

오늘 마트에 갔다가 허브 모종을 싸게 파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름은 '프렌치 라벤더'.

라벤더는 집에도 있지만 종류가 달라 살까말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한 귀퉁이에 이끼같은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우산을 펼친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 욕심에 하나를 품에 들였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우산이끼란다.

 

화초를 키우다보면 내가 자연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꽃 하나 하나, 잎새 하나 하나가 소우주다.

그것을 보살피다보면 느끼는 것이 참 많다.

무엇보다 자연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것....

때가 되어야 자라고 때가 되어야 꽃이 핀다.

난 작은 모종을 사거나 번식을 시켜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심고 나면

빨리 화분 가득하게 풍성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벌써 저만치 앞서간다.

하지만 꽃은 그런 내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느긋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를만큼 흐르고나면 어느날 내가 기대했던 모습으로 활짝 보답을 해주는 것이다.

 

화초들의 역사는 반드시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자신의 몸에 새긴다.

그것은 바로 나와의 합일의 순간들이기도 하다.

하여 하찮은 풀 한 포기가 나에게 있어 귀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리라.

 

사람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자기의 마음을 어디에고 붙일 수 있을 때가 아닐런지.

마음을 붙인다는 일,

그 한량없이 가벼운 마음을 붙이는 곳만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그곳에서 평화의 뿌리를 내린다.

요즘 나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새로이 마음 붙일 곳을 찾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낌없이 사랑해도, 무한정 관심을 줘도 자연은 아무말 없이 받아주니까.

설령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탓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면서 마음껏 사랑할 수 있고, 한없이 줄 수 있는 대상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은 너무 가까우면 독이 되기 쉬운 법인데...

 

그나저나 이끼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201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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