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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을 심고 가꾸는 일...

kiku929 2011. 5. 31. 12:36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생각을 했지요.

누군지 모르지만 저 장미를 심은 자에게 축복이 있기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때로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그 곁을 지나가는 나 같은 이방인의 쓸쓸함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장미를 심고 물을 준 사람은 이 생에서는 나와 결코 인사를 나눌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만난 것입니다.

아마 내가 신세를 진 것이라고나 할까요.

나도 언젠가 저런 장미를 집 울타리에 심을 수 있겠지요. 그때 아마 나는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장미가 예쁘게 자라나서 쓸쓸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상처없는 영혼> 중에서 p78 /  공지영

 

 

 

 

 

6월이되면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대학 2학년 때 구기동에서 자취하고 있던 친구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처음 찾아 가는

그 길목엔 집집마다 예쁜 넝쿨장미가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정말 한 집도 빠지지 않고 심어져 있던 그 빨간 장미가 어찌나 예쁘던지.

그때 바라본 장미는 마치 태어나 처음이라도 보는 것마냥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어린왕자가 지구로 내려와 우연히 장미정원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의 느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초여름처럼 무더웠던 그 날, 푸른빛의 반팔 원피스를 입고 지나가던 그 여자는 그때 한가지 소박한 꿈을 갖게 되었다.

이다음에 나도 우리 집 대문에 넝쿨 장미를 꼭 심어야지, 하고.

 

그때 그 꽃을 심은 정원의 주인은 몰랐을 것이다.

그 장미꽃이 지나가는 한 여자의 마음에 풍경처럼 걸리게 되었다는 것을...

만난 적은 없지만 장미꽃을 사이에 둔 그 인연은 이렇듯 해마다 6월이면 새롭게 이어져가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