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이란다.
장마는 사계절 속에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틈새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여름에만 찾아온다는 이유로
여름은 나에게 낭만적인 계절이 되어주기도 한다.
집안이 눅눅하고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큰 불편없이 열흘정도를 비와 함께 보낸다.
그때는 꽃들도 할 일 없어진 농부들처럼 잠시 손을 놓고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참 시간이 빠르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이 말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하며 살아왔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빠른 것을 누가 모르랴만 시간이 빠르다는 것만큼 절절하게 와닿는 것도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올 해는 아카시아 꽃이 나와 상관없이 가버리고 말았다.
예년처럼 변함없이 나를 찾아와주었을 터인데 무심하게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갑자기 미안하고 서운타는 생각...
할 일은 많은데 하루하루가 뒤로 미루어져만 가는 것만 같다.
문득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말만으로, 아니면 생각만으로가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도 옮겨질 것만 같다.
나에게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 마음에서 꿈틀거린다.
오늘부터 열심히 일하다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나도 꽃들처럼 게으름 피우며
며칠을 빈둥빈둥 빗소리와 함께 휴가를 누리고 싶다.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 전에 주위를 말끔히 정돈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