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꼬프스키
박영근
옛날도
훗날도 없다
시간의 경계 위에서 늙어가는 길이 있을 뿐
늘 오늘이듯
풀들은 저렇게 자라고
내 마음에 그득해지는 눈부신 여름빛 등성이
밤을 새워 슬레이트 지붕을 두드리던
빗소리는 발자국 하나 없다
무덤이 꽃을 피우는
이 짧은 한나절이
문득 바람에 기우뚱 넘어지기도 하는 것을
나는 웃으며 바라본다
*박영근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인물 세계사]
러시아의 혁명시인
마야코프스키
1930년, 4.14 혁명의 상징이었던 시인, 권총으로 자신의 심장을 쏘다
“모든 것은 죽어 없어지리라.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리라. /생명을/주관하는 자는/암흑의 혹성 저 너머로/마지막 태양의/마지막 빛까지도 불사르리라./오직/나의 고통만이/더욱 가혹하다-/나는 서 있다,/불 속에 휘감긴 채로,/상상도 못 할 사랑의/끌 수 없는 커다란 불길 위에.”(마야코프스키가 1917년에 쓴 장시 <인간>에서)
1930년 4월 14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의 모스크바. 월초에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날씨가 한결 따뜻해져 사람들의 옷차림도 화사해졌다. “탕!” 그런데 어디선가 화사한 옷차림을 어지럽게 만들어버리는 한 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정부 출판국 사무실 근처의 작은 방에서 난 소리였다. 그 방문을 나와 걷던 여자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곧 그 작은 방에서 일어난 비극이 사방에 알려졌다. 당시 러시아를 대표하는 혁명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가 자신의 심장을 향해 권총을 쏜 것이었다. 그의 책상에는 이틀 전에 쓴 유서가 놓여 있었다.
유명한 혁명시인이자 전위주의 예술가였던 한 시인의 죽음
여러분 모두에게
나의 죽음에 대해서 그 누구도 탓하지 마오. 그리고 이야깃거리로도 만들지 말아주오. 죽은 자는 가십을 싫어하오.
어머니, 누이, 동지들이여, 나를 용서하오. 이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여러분에게는 이 방법을 권하고 싶지 않소) 나로서는 다른 출구가 없었소.
릴리, 나를 사랑해주오.
정부 동지들, 릴리 브릭과 어머니, 누이들, 그리고 베로니카 비톨도프나 폴로스카야가 나의 가족이오.
이들에게 윤택한 생활을 보장한다면 고맙겠소.
완성하지 못한 시는 브릭 부부에게 주시오. 그들이 알아서 할 것이오.
그들 말대로, “사건은 끝났소.”
사랑의 배가
나날에 부딪쳐 부서졌다.
삶과 나는 이해도 득실도 없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와, 아픔과, 멸시를 일일이 헤아려도
승부의 득점은 없구나.
그대들 모두에게 최고의 행운이 깃들기를!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네이버캐스트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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