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코스모스 / 고영

kiku929 2011. 9. 16. 00:08

 

 

 

    

 

 

 

 

코스모스

 

 

고영

 

 

억지로 등 떠밀려

엉거주춤 길 나서는 고향집 앞

 

몇 올 남은

물 빠진 꽃잎마저 다 떼어주고

앙상한 손 흔드는

외줄 꽃대

 

어여가, 어여!

 

무거운 발길 보채면서도

행여 소식 끊을까

어머닌 연신 손을 귀에 대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자꾸만

뒤돌아보는

아련히

먼 꽃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한 단어를 입 속에서 가만히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련해지는  것들이 있다.

코스모스, 별, 초승달, 들꽃, 섬, 가을, 귀뚜라미, 홍시, 당신, 그리고 엄마...

 

이런 말들이 있어서 누구는 시인이 되고 누구는 노래를 부르는 것일 테고

이런 말들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은 금방 촉촉하게 젖을 수도 있는 것이겠지.

 

오늘 밤은 이런 말들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

숨은 그림 찾듯 말을 찾아 헤매다보면

내 마음도 가을날의 밤공기처럼 고요히 가라앉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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