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얼마 전 인천시 도서관 협회에 취업이 되어 이틀 째 출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전부터 본인이 원했던 사서의 길을 가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처음 진로를 결정할 때 소설을 쓰고 싶다던 딸에게 나는 요즘은 글을 쓰는 것은 생계가 되지 않으니 글과 연관된 직업을
가지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도서관 사서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딸도 자기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지 대학의 학과도 문헌정보학으로 정하고 S여대에 입학을 했다.
재학중에도 딸은 시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으로 주욱 일을 해왔는데 아마도 딸의 그러한 한결같은 외길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간들이 열차밖의 풍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식을 낳는다는 것, 그리고 그 자식이 자기 앞가림을 하도록 교육을 시키고 사회에 내보낸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자식을 키우는 사회적 소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제 난 그 중 하나의 임무를 마친 셈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뭔지모를 감회에 젖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그건 아이들을 사회에서 자기의 몫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이며, 어떤 봉사보다도 가장 값진 일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물론 내가 키우는대로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지만...)
난 아빠가 내게 해주신 말씀 중에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이 '직업을 통한 봉사'라는 말이다.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는 일 , 의사가 환자에게 마음으로 소통을 하며 진료를 하는 행위,
선생님이 학생의 장래를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일, 공원의 나무 한 그루라도 정성들여 가꾸는 일....
이 모든 것을 봉사라는 마음으로 한다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좀더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도 이러한 마음으로 자신의 직업에 임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마도 우리 큰 딸은 잘 할 거라고 믿는다.
꾀를 부리거나 얍삽하지도 않으면서 정이 많은 아이이니...
어쨌든 사회의 구조안에 발은 들여 놓은 셈이니 한 걱정은 덜었다.
사회란 기를 쓰고 노력해야만 겨우 비집고 들어갈 문 하나 열어주는 법이니까...
인생의 한 가지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다.
이제 딸의 앞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
자신앞에 놓여진 길 위를 자기의 발자국으로 꾹꾹 찍어가며 묵묵히 걸어가는 한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