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좀 늦게까지 잠들어 있어도 좋은데도 습관처럼 일찍 눈을 떴다.
벌써 커피를 두잔 째...
배가 고파 토스트에 치즈를 한 장 올려놓아 아침으로 먹고, 아직 아무일도 시작하지 않은 채 거실과 베란다를 서성거린다.
창밖으로는 햇살이 눈부시다.
벌써 시월...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때문인지 시월이 커튼 사이로 불쑥 얼굴을 내밀고 찾아온 것처럼 낯설다.
창밖으로 새 두마리가 연이어 허공으로 날아가고 다시 햇살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 공간을 메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휴일 아침의 공기는 평일과는 다른 기운으로 가득하다.
정적속의 평화로움... 모든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조용히 떠다니는 것만 같다.
멀리서 예배당의 종소리라도 울려준다면 더없이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창밖을 바라보면 언제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장자의 우화가 생각난다.
장자가 어느날 꿈을 꾸는데 그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잠에 든다. 그리고 깨어보니 자신은 나비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는 생각한다. 지금 자신은 나비의 꿈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나 또한 지금 나의 꿈속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산다는 것은 한바탕 꿈을 꾸는 것과 같다는 말이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에는 자주 생각난다.
봄의 그 여린 새순들이 어느덧 거칠고 투박한 나뭇잎으로 변해 있다.
모든 성장에는 상처가 남기 마련인가 보다.
그리고 지금 햇살이 잎새들을 하얗게 소독해주듯이 늘 자연은 그런 상처들을 치유해준다.
사람도 결국은 자연에서 위로를 받게 되는 것처럼...
고맙다, 참 고맙다.
여기까지 오는데 다쳤던 크고 작은 나의 상처들이 덧나지 않고 잘 아물 수 있어서...
잘 이겨내 왔다고 내가 나를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나의 지나간 시간들아... 사랑한다!
20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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