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요즘....

kiku929 2011. 12. 20. 15:54

 

 

 

우리집은 오후 두 시가 되어야 햇살이 들어온다.

그래서  아주 맑은 날이라고 했을 때에도 겨우 세 시간여 남짓이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전부가 된다.

하지만 겨울 햇살은 집안 깊숙히 들어오기에 언제부턴가 난 두 시를 아침 눈을 뜨고나서부터 줄곧 기다리게 된다.

따스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평화로운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아침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지금 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별 일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쩐지 껍데기같은 느낌, 형태는 그럴듯하지만 손으로 만지면 바스락 이내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이 느낌...

내가 점점 화석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생각들이 스산하게 마음을 스쳐지나갔다.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들어와도 쓸 말이 없어졌다.

살다가 허전하고 외로워질 때면 이곳에 들어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풀어내며 위로를 받곤 했던 내가

이제는 그런 느낌들마저 없어진 것인지 마음안에서 감각을 느끼는 촉수들이 모두 말라죽은 것만 같다.

평안한데도 황량하다니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평화는 분명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것인데...

산을 오르면서도 정상에 가지 않아도 그 정상이 뭔지를 뻔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

설령 그것이 오만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난  정상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나 기다림이 없다. 아니,사라졌다.

그렇게 아무런 느낌도 없이 걸어가고 있는 내가 오늘 문득 '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책도 멀리하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일본 영화 세편 정도 본 것이 전부이다.

'라쇼몽' ''굿앤바이' '텐텐'

모두 평점이 높았던 작품들이어서인지 일본 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준 것 같다.

특히나 굿앤바이는 '보내는 사람'이라는 부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본의 장례문화와 함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수작이었던 것 같다.

그 나라의 문화를 알기위해서 영화만큼 좋은 매개체는 없는 것만 같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방식만 보아도 그 나라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등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에도 영화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

며칠은 일본 영화를 좀더 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나 자신에 대한 자각이 또렷하게 다가올 때가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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