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다시 어두워지고

kiku929 2010. 1. 9. 10:35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차갑다.

날씨보다 더 차가운 건 어쩌면 지금 내 가슴인지도...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까?

혼자가 되는 법을 아는 과정일까?

혼자에 익숙해지는 시간, 혼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들을 견뎌내는 방법을 익히는 시간들...

그래서 진정 혼자일 수밖에 없는 죽음에 이르는 것...

사람이 혼자라는 걸 누가 모를까마는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다는 건 저마다의 다른 경험이다.

 

작년, 난 참 많은 것을 떠나보냈다.

내 안의 집착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사실 그 집착이란 것도 한때는

사랑의 이름으로 불리워져 아름다웠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떠나면 남겨진 마음은 끈적이는 말로 변형이 되고 만다는 걸 알았다.

물건이든 친구든 자식이든 떠나고 나면 사랑은 집착이 되어버린다는 걸.

그래도 아무리 비운다고 노력해도, 많이 덜어내고 비웠다고 해도

지금처럼 어둠이 나를 감싸게 되면 뜻모를 눈물이 나온다.

눈물....

그건 아마도 다 씻기우지 못한 감정이 한덩이의 눈뭉치처럼 가슴 속 어딘가에 박혀있다가

나를 어루만지게 되면 저도 모르게 녹아내리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날은 살아간다는 것이 홀연 두려워진다.

익숙해져야 하는 이런 시간들이 막막해진다.

사람들도 나처럼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내는지 궁금하다.

이상한 건 우린 모두 혼자이고 또 그 혼자라는 짐을 지고 쓸쓸한 길을 걸으면서도

타인의 가슴에 따스운 불씨하나 밝혀주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난 누군가에게 외로움 하나라도 잠시 덜어준 적이 있었던가?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기의 성 안에 갇힌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인연들이 오고 또 인연들이 흩어지고는 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많이 슬퍼진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어둠과 빛의 양면처럼 내일 나는 다시 환하게 내일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겠지.

올해 난 어떻게든 성실하고 환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려 한다.

어.떻.게.든....

마음과 몸은 따로이면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기에

몸을 억지로라도 다스리면 마음도 함께 다스려질 거라는 걸 안다.

혼자라서 외로운 삶이지만 그러면서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오로지 나의 것이기에

난 나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때로는 오늘처럼 막막하고 무거운 짐이지만 그래서 캄캄한 길 위에 난망하게 서있는 기분이지만

어쩌랴, 내가 가야할 길인 것을.

어찌됐든 난 내게 주어진 이 생의 시간동안 성실하게 복역하며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깨끗이 마치고 싶다.

삶은 신성한 것이니까....

 

"희망과 소망을 혼동하지 말자.

우리는 온갖 종류의 수천 가지 소망을 가질 수 있지만 희망은 단 하나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제 시간에 오길 바라고,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며

르완다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이것이 개개인의 소망들이다.

희망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약 삶에 아무런 목적지도 없고, 그저 곧 썩어질 육신을 땅 속으로 인도할 뿐이라면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희망이란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베 피에르 신부- 『단순한 기쁨중에서

 

 

 

   20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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