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엄마에게 보내는 새벽 편지

kiku929 2010. 1. 22. 09:00

 

     

 

 

 

엄마에게

 

엄마,하고 조용히 불러봅니다
그 이름만으로 내 눈가에 눈물 젖어오네요.

 

엄마..
전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한채 새벽을 맞이 하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의 하늘에는 샛별이 반짝이겠죠.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환하게 반짝인다는 별.
엄마가 아마 별이 되었다면 지금 저 반짝이는 별이 아닐까 생각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딸을 위해 엄마라면 샛별이 되었을테니까요.
엄마도 기억하시죠?
엄마가 마지막 눈을 감으실 때 제가 엄마의 귀에 대고 했던 말을...
"엄마... 항상 내 옆에 있어줄거지?"
그때 엄마의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
이것이 엄마와 저의 이 세상 마지막 대화였네요.

 

엄마..
전 제 인생에서 저를 채워주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 엄마가
그 절반일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 내게 어느날 제 반쪽이 홀연히 빠져나가 버렸을 때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했는지,
내가 얼마나 엄마에게 의지하며 살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엄마와 지냈던 그 수많은 세월 중 하루, 아니 한시간만이라도
내게 돌려준다면 하고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게요.

 

뒤늦은 참회...
난 이말이 얼만큼 사람에게 힘든 고통이 되는지도 알았어요.
사람은 자신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것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는데
전 엄마를 가슴에 묻게 되었거든요.
엄마를 외롭게 했다는 죄...
엄마의 외로움을 알면서도 엄마의 몫이라고 외면했던 죄...
그래요. 그건 분명 외면이었어요.
아무리 나에게 너그러워진다고 해도 미화될 수 없는....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엄마가 이런 나를 보면 가슴이 아프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나의 사랑하는 자식이 나 때문에 가슴아파하면 
내 가슴이 더 아플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씩씩하고 밝게 살기로 하고 그날부터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었죠.
오랫동안 방치해둔 집안 살림 살이며, 이불 빨래며...
엄마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그 막막하기만 했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엄마를 편안히 떠올릴 수가 있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추억도 이별의 끝에서 얼마간의 고통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손에 쥘 수 있는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엄마...
내 나이 이제 마흔 둘이예요.
엄마가 이 나이에는 세살난 딸이 있었을 나이죠.^^
전 지금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엄마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져요.
저를 키우기에 얼마나 힘들고 고되었을까를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대신 예쁘게 살게요.
엄마가 힘들게 절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보람을
저 멀리 하늘에서라도 느끼실 수 있게요.
이별이 슬픈 건 더 이상 그 사람을 위해 해줄 것이 없기 때문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해줄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엄마...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를 엄마로 만났다는 것....
그건 제게 가장 큰 행운이며 축복이었어요.
이 말을 엄마의 생전에 전하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지만 엄마도 아셨죠? ^^
참 내가 많이 엄마를 좋아하고 사랑했다는 것두요..

 

엄마...
이제 잠들게요.
엄마도 편히 주무세요. 이제는 잠이 저절로 올 것 같아요.

고마워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정말 정말 미안해요.엄마....

   

 

2005년 2월 새벽에         

                     

 

 엄마의 막내 딸 올림

 

'글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의 마지막 날에   (0) 2010.01.22
바흐  (0) 2010.01.22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  (0) 2010.01.22
하늘은 높고 구름은 고요하구나   (0) 2010.01.09
걷는다는 건  (0)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