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 정호승 (열림원,2003)

kiku929 2010. 1. 9. 22:31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 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 하루살이의 마음이 되어

열심히 오늘을 살아갈 슬기가 필요합니다.

베어낸 나무의 그루터기에서도 새싹이 돋아나듯이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비가 지난해에 지었던 집에 둥지를 틀지 않고

반드시 그 옆에 새집을 지어 둥지를 틀듯이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 사랑은 다시 시작됩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길이 되어주었듯이

누군가 당신에게 사랑이 되어주었듯이

당신도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세요.

당신도 누군가의 사랑이 되어주세요.

인간은 사랑하기 위하여 존재합니다.

사랑은 매일매일 나무에 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라는

피에르 신부님의 말씀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지니고 있다면

이 산문집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에게 작은 위안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2003. 12월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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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책장을 열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낸 것이

정호승의 '위안'이란 책이었다.

서문이 좋아 옮겨본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난 아직도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른다.

더구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꽃을 사랑하는 일과는 달라서

정말 난해하다.

 

한 사람을 용서하고, 그를 위해 잊어주고,

그 사람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이해되지 못할 일들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노력은

한 우주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자기 수련의 과정이니

이보다 숭고한 투쟁이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면서 얻는 고통이나 아픔이나 상처가 다른 것과 구별된다면

지나고나면 그 조차도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겠지.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특별한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특별함을 부여한 한 존재를 사랑하는 일,

 

그래서 사랑받는 사람은 모두 특별하고 귀하고 소중해지는 것이리라...

 

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