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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에 익숙해지기

kiku929 2012. 5. 11. 19:05

 

 

 

 

 

 

살다보면 빈자리는 생기기 마련이다.

빈자리는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산다는 일은 익숙해지는 일이라고 했던가.

처음 어떤 빈자리가 찾아왔을 땐 그 빈자리가 주는 쓸쓸함에 견디기가 어렵지만

시간은 어떻게든 그 빈자리를 채워주게 되어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어서 스스로 뭔가를 비워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강한 사람은 비워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나의 빈자리는 자동차의 오디오이다.

얼마전부터 접선 불량 상태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예 먹통이 되었다.

음악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나로선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를 운전할 때 습관처럼 듣는 음악이 없으니 갑자기 뭔가 휑하니 빠져나간 것처럼 섭섭한 마음 그지없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이대로 지낼 생각이다.

섭섭한 마음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찾아온 빈자리가 싫지 않아서이다.

음악으로만 채워졌던 공간이 비워짐에 따라 난 얼마지나지 않아서 그 안에 다른 것이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색일 수도 있겠고 밖의 풍경일 수도 있겠고 신호등에 멈춰설 때마다 지나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그 또한 내가 음악을 듣는 일로 지나치곤 했던 그 어떤 것들이 새롭게 마음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계기 내지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생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간에서도 가끔은 멀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끼리도 거리가 필요하듯이 물건이든 시간이든 습관처럼 여겨왔던 것들로부터 멀어지고나면 비로소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한 만큼 내 인생에서  절대적이 아니었음을...

그러면서 비우는 일, 혹은 비워지는 일에 좀더 초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차를 타고 가면서 예전보다 더 유심히 밖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더 자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덧글

 

거실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하도 오래된 것이라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간간이 딸내미의 노트북으로 이용은 하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불편하다.

덕분에 집안 청소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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