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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가장 중요한 건 / 혀 중에서

kiku929 2010. 1. 9. 22:36

                                 

 

 

 

 

할머니 말이 맞았다. 모든 주방기구들이 있다고 해서 음식 맛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며 요리하는 사람이 즐거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부엌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얼마나 음식이 맛있는가가 아니라 거기 머무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 행복한 상태로 부엌을 떠나야 했다.

 

 

         혀 /조경림

 

 

 

난 가족이란 말보다 식구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가족은 함께 밥을 먹는 공간에서 정이 두터워지는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 음식의 기본 재료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행복이라면

그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식구가 어찌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이들수록 자꾸만 부엌이란 장소가 노동을 요구하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부엌에서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부엌을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로 꾸며야겠다.

음식을 만드는 내 마음을 행복하게 붙잡을 수 있도록...

엄마가 식구들 먹이는 일 하나에만 정성을 다한다고 해도

그 엄마는 그것만으로 이미 훌륭한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걸 마음껏 해줄 수 있는 시간도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에서 아주 많지 않다.

상대가 없을 수도 있고 내 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니 그건 축복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