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한 박스를 샀다.
출출할 때 아이들에게 포슬포슬 맛나게 쪄서 간식으로도 먹이고 술안주로 감자부침도 해먹고,
지지고 볶으면서 밥반찬으로도 해먹고 감자 샐러드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외출하는 아이들 가방 한 구석에 넣어도 주고...
박스를 열어보니 감자들마다 아직도 땅의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 하다.
한 알 한 알 어찌나 잘 여물었는지 저 감자를 먹으면 요즘 자꾸만 기운이 빠지는 나도 웬지 힘이 솟아날 것만 같다.
끼니를 걱정할 시대도 아닌데 박스안에 담겨진 감자들을 보며 배가 부른 듯 포만감에 흐뭇해하는 내가 우습다.
어렸을 적, 엄마는 추위가 오기 전에 한 겨울 땔감으로 연탄을 창고 가득 들여놓으시고는 "이제 겨울 준비는 다 했네"라고
흐믓하게 바라보셨다. 그때 나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기분으로 엄마 옆에 서서
내 키보다 높이 높이 쌓여진 연탄들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저 감자만 있으면 당분간 찬 걱정 식량 걱정 않해도 될 것만 같은, 온 가족이 저 감자를 먹을 때마다 도란도란
단란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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