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오늘은 맑음

kiku929 2012. 7. 20. 15:10

 

 

 

 

 

 

 

모처럼의 햇살이 반갑다.

어디선가 숨어 있다가 날아왔는지 오늘은 새소리도 들린다.

후텁지근한 바람이지만 모든 흔들리는 모습들이 평화롭다.

 

책을 보다가 밖을 한번 내다보고 커피를 마신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들었다.

어쩌면 나에겐 책은 읽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책을 만지고 책장을 넘기는 그 평온한 느낌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책은 그냥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참 불가해한 일이다.

 

거실 창문위에 걸어둔 풍경이 바람이 훅 불때마다 한번씩 소리를 낸다.

자기가 있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알리는 것만 같다.

그 청아한 소리가 들릴 때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시간들이 함께 깨어나서 '나도 여기 있어' 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지나간 시간은 그렇게 문득문득 풍경소리에 묻혀서 불시에 내게로 찾아온다.

그때마다 내 마음은 따끔거린다.

저만치로 가버린 것은 모두 슬픈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아름다운 시절이라 해도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나 슬픔이다.

유년이 그렇고, 청춘이 그렇고, 첫사랑이 그렇고, 내 품에서 젖을 물리던 아이가 그렇고, 마음을 나눈 사람들이 그렇다.

모든 지나간 시간은 종착지로 가면서 지나치며 만나는 정거장이었다.

문득 궁금하다.

나의 종착지는 어느 정거장까지일까 하고...

내가 가는 그곳까지 함께 해 줄, 한 사람이라도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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