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잠자고 있는 내 방에 막내가 울면서 들어온다. 잠결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막내가 엄마랑 함께 있고 싶다고 한다. 아이는 계속 엉엉 운다.
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와 무슨 일인지를 물으니 여자 친구 부모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헤어지라고 했다고 한다.
핸드폰도 압수하고 인터넷도 못하게 막는단다.
어제 나는 막내를 데리고 인사동에 다녀왔다.
방학이래도 마땅히 데리고 갈 데도 없고 해서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우리 회원중 아는 분이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하여 인사동 구경도 할 겸 아이를 데리고 갔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여럿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는 잠깐 화실에 들러 커피를 마신 후 헤어졌다.
나는 막내를 데리고 쌈지길에 갔다.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오밀조밀하고 예쁜 쌈지길을 돌아보면서 막내에게 여자친구한테 줄 선물을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막내는 기분이 좋아서 목걸이를 하나 고른다. 예쁘게 포장하고나서 집으로 왔다.
저녁에는 막내가 이번주 일요일에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 안되겠냐고 한다.
난 대천에 가야 할 것 같고 누나들도 집에 없다기에 안 된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다.
하는 수 없이 일요일 아침 일찍 올라오는 걸로 계획을 수정하고 허락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막내의 여자친구는 일요일 우리집으로 놀러오기로 되었다.
막내가 울면서 말한다.
"세 시간 전만해도 일요일에 만나서 뭘 하며 지낼까 재미나게 문자하고 있었는데... "
오늘 낮에 사준 목걸이가 생각난다. 아직도 막내의 주머니 안에서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을...
마음이 아프다.
막내에게 말했다.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슬픈 거야.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절대로 헤어지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마.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마음이 헤어질 만하기 때문이야.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꼭 다시 만날 거야. 정말이야..."
봄의 여린 새순들이 한 해를 지나면서 낙엽이 될 때까지 벌레 먹고 상처 입으며 억세어지는 것처럼
아직은 순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아이에게 하나 둘, 상처가 생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때마다 이 아이는 얼마나 아파하며 좌절할 것인가...
막내의 손을 잡고 잠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막내야, 이렇게 자라는 거란다. 앞으로도 사랑의 감정은 찾아올 거고 그때마다 너는 상처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 거야.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이 얼마나 고통이 되는 일이지를 깨닫게 되겠지.
그렇게 너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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