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딸이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마음 :언제 생각은 발생하는가?"에 대한 강의가
있어 막내와 함께 다녀왔다.
딸은 내가 그 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던 터라 한 달 전에 미리 신청을 해놓고 있었다.
강의는 두 시간 정도 이어졌고 역시나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었다.
나눠받은 프린트물 맨 처음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마음이 없다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하고 聽而不聞하며 食而不如其味) / 대학 (大學)"
우리는 먼저 알기 위해서는 '마음이 가야'한다는 말로 강의는 시간되었다.
마음은 바로 '지향성'이라는 속성을 가졌다는 것...
그럼 언제 마음이 가는가, 그것은 마음은 물과 같아서 高低가 생길 때라고...
처음 접하는 타자는 언제나 고저가 생기기에 마음이 요동치며 흐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저는 평평해져서 더 이상 마음은 가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런 평평해진 순간에 마음이 가는 때는 바로 사건을 접하게 되는 순간 우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방문 손잡이가 어느날 갑자기 돌려지지 않을 때, 지하철이 정거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와 같은...
그때 갑자기 마음이 가는 거라고...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아이러니해서 상대에 맞춰주면 그 마음이 내게 올 것 같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은 것이 마음이기도 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 달 후 한 번의 강의가 더 있는데 그때 주제는 '사랑'이라고 한다.
끝나고 가져간 책을 내밀며 "마음이 가서 왔어요"라고 말했더니
첫 장에 "不誠無物"이라는 말을 정성스럽게 써주었다.
찾아보니 '大學의 正心章'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오늘의 주제와도 잘 맞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말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갈 때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 가야겠다.
짧은 메모를 곁들인...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너무 멋지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