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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가까워지면 화초에 물을 준다.
물을 주면서 하나 하나 꽃들을 살펴보는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다.
잎을 만져보고 꽃이 피는 모습을 관찰하고 시든 잎은 따주고...
화초가 싱싱한 지는 잎을 만져보면 잘 알게 된다.
손끝에 닿는 그 싱그런 생명력이 좋아 난 잎들을 쓰다듬는다.
여름에 시들시들하던 몇몇 화분의 아이들도 점점 기운을 차리고 있다.
좋은 계절은 식물들이 먼저 아는가보다.
지금 베란다엔 난타나가 한창이다.
베란다에 있으면 한 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간다.
그 시간은 내게는 돌아보는 시간이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반성도 하고, 서운한 일이 있으면 마음을 추스린다.
여전히 난 사는 일이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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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시간, 육감으로 느껴지는 시간들이 난 좋다.
그것이 슬픈 일일 경우는 더 그렇다.
말로 확인되는 것은 잔인하니까...
인연의 오고 감에서 말은 불필요한 것이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것,
그렇게 떠나갔거나 떠나가는, 혹은 떠나게 될 마음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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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인다는 말이 좋다.
서성이는 그 마음이 좋은 것이다.
삶이 적막하지 않다면 아마도 서성이는 마음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을밤은 해가 갈수록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