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큰 딸 결혼식을 치루고,
신혼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창밖을 보니 낙엽이 다 져버렸다.
밖은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고
가난한 사람의 마음은 더 추워지겠다
빵집처럼 빵을 꿈꾸는 세상과
집을 걱정하는 세상을 오고가면서
또 사람들은 한 겨울을 보내게 되겠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0) | 2012.11.27 |
---|---|
집은 아직 따뜻하다 / 이상국 (0) | 2012.11.25 |
화분 / 이병률 (0) | 2012.10.09 |
가구 / 도종환 (0) | 2012.09.26 |
폰 三昧境 / 임보 (0) | 201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