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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 이면우

kiku929 2012. 11. 21. 07:52

 

 

     

 

 

 

빵집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큰 딸 결혼식을 치루고,

신혼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창밖을 보니 낙엽이 다 져버렸다.

 

 

밖은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고

가난한 사람의 마음은 더 추워지겠다

 

빵집처럼 빵을 꿈꾸는 세상과

집을 걱정하는 세상을 오고가면서

또 사람들은 한 겨울을 보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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