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선입견이 있다.
연예인이 책을 쓰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그리고 책의 내용이나 깊이에 있어서도 별 기대할 것이 없다고...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가수, 김범수의 책 <나는 미남이다>가 나왔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김범수를 좋아한대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궁금한 마음도 있고 해서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해두고 일단 빌려는 왔다.
빌리고나서도 일주일을 그냥 방치한 채로 지내다 별 생각없이 몇장을 넘겼다.
그런데 술술 읽혀지는 것이었다.
물론 내용이 머리쓰며 생각할 것이 아닌 탓도 있지만 글 자체의 흐름이 매우 유연하면서
쉽게,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게 잘 쓰여져 있었다.
어? 정말 김범수가 직접 쓴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갈 정도로....
하지만 난 그의 생각이 거짓없이 고스란히 적혀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평상시 그가 늘 해오던 말들이었으니까...
내가 이 책을 높이 사는 이유는 말로만이 아닌, 김범수라는 사람이 몸소 체험하고
스스로 깨달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생각도 깊다.
속이 채워진, 그래서 단단한 사람....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가 노력에 의해 자신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성실하고 미련스러울만치의 꾸준함...
학창시절 찌질이 깡패였던 그가 부모의 반대를 부릅쓰고 음악을 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학금을 마련해야 했고
그리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연습생 시절에도 공무원처럼 아침 10시에 나와서 밤 열시까지 연습하는, 하루도 빠짐없이 집, 교회, 연습실, 여자친구...
이것밖에 몰랐던 사람...
모든 심부름은 도맡아서 하고 선생이 하라고 하면 하라는 대로, 혼나면 다시 하겠다고 또 연습하고...
내가 김범수를 좋아한다면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우직함이랄까?
성실함 아니면 나와 정 반대의 삶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 뭐 그런....
사실 그의 노래는 너무 짜여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얼기설기 대충 짜는 것 같으면서 나름의 멋을 가진 것을 나는 좋아하는데 그는 그런 점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치밀하게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자신이 그런 자기를 잘 알고 있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여유있는 내면을 갖게 되리라 믿으며...
책 말미에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아직 인생을 깊이, 많이 살아 본 것도 아닌데,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내 이야기를 하고,
또 사람들에게 그 책을 읽어달라고 말할 수 있을지 한없이 부끄럽고 주저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토록 부족한 사람이 쓴 책이니까 오히려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김범수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나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인생의 출발점에 선 당신들,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 줄 수 있다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요즘 복잡한 일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쉼표와 같은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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