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말을 찾아서 /이순원

kiku929 2012. 12. 6. 10:49

 

 

 

 

 

저자 : 이순원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릉상업고등학교·강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낮달」이 당선되어 등단. 창작집에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장편소설에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에덴에 그를 보낸다」 「미혼에게 바친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독약 같은 사랑」 등이 있으며, 1996년 단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을, 1997년 중편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화자는 어느날 사보에 실릴 원고 청탁을 받는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의 무대와 작품 이야기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봉평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은 썩 내켜하지 않다가 편집장이 후배라는 것을 알고 더이상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는 글을 쓰면서자신의 어릴 적 시절로 돌아간다. 작은집에 아들이 없어 양자로 가게 된 사연과 그 작은 아버지가 자신을 그토록 애지중지했음에도 노새를 끌고다닌 것이 너무도 부끄러워 한사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과정을 회상한다.

그러면서 어느날 작은 사건이 터지고 작은 아버지는 상처를 받아 자식없는 설움에 집을 나가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작은 아버지를 모시러 가게 되고 함께 노새를 끌고 밤을 새워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메밀밭을 지나며 비로소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주인공과 작은 아버지는 말을 주고 받는다.

 

 

"수호야"

"야."

"니가 날 데리러 완?"

"야, 아부제."

"니가 날 데리러 여기까지 완?"

"야, 아부제."

"니가 날 데리러 이 먼 데까지 완?"

"야, 아부제."

"니가....... 날...... 나를 애비라구 데리러 완?"

"야, 아부제."

 

그때부터 주인공은 작은 아버지 집에 기거하며 노새와도 한 식구가 되었지만 끝까지 그 노새만은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이미 늙은 노새는 주인공이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공사장에서 벽돌을 내리다 대못에 찔려 다리를 못쓰게 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그날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 울고 있는 작은 아버지를 본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동안 그는 내게 참으로 많은 설움과 눈총과 미움을 받았다. 내가 누리는 것 모든 것이 그의 등에서 나왔는데도 그랬다. 아마 그가 죽어 정말 하늘의 은별이 되었다 해도 나는 앞으로도 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 원고에 나는 그의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그의 슬픈 생애에 대해 제대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그는 태어나기로도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서, 온갖 핍밥 속에 오직 무거운 짐과 먼 길을 걷기 위해 생식력도 없는 큰 자지만 달고 나온 노새였고, 이름은 은별이었다.'

 

 

읽으면서 혼자 울었다. 손으로 눈물을 훔칠만큼....

 

 

-<상상> 11호 (1996년 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내의 선물....  (0) 2013.01.18
나는 미남이다 / 김범수 , 스타일북스  (0) 2013.01.18
모처럼 책 주문...  (0) 2012.10.05
책이 왔다.  (0) 2012.07.04
엄마 수업 (법륜 지음, 이순형 그림/ 휴,2011)  (0) 201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