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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사가 일식을 불길하게 해석하는 것은...

kiku929 2013. 2. 12. 22:28

 

 

 

 

파스칼은 일식에 대해 말하면서, 점성술사들이 이를 두고 불길한 징조로 해석하는 것을

다음과 같이 조롱했다.

 

"(점성술사들은)이런 현상들이 불행을 예고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불행이란 일상적인 것이어서

그들이 자주 예언하는 만큼이나 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점성술사들이 행복을 예언한다면,

그들의 예언은 자주 틀릴 것이다."

 

 

*<하늘> /  창해ABC북, 17쪽 중에서...

 

 

 

 

 

 

아주 오래전 아는 아줌마를 따라 점집에 간 적이 있다.

나도 그때 호기심에 복채를 넣고 내 생년월일을 보여주며 점을 보았는데

그때 점쟁이가 아주 딱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맨 처음 하는 말이 "참... 외롭네..."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가 늘 잠재적으로 느껴왔던 어떤 생각이 불쑥 솟아 올랐다.

'역시 난 외롭게 태어난  운명이었구나, 그래, 맞아! '

 

왜냐하면 형제가 여섯이나 되면서도 난 나이드신 부모님과 셋이서만 외동딸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어렸을 때의 기억중 많은 부분은 밤마다 적막이 감돌던 집안의 풍경들이다.

어쩌면 낮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북적거렸던 집이었기에 밤에 찾아든 적막은

한층 대비되어 내게 더 크고 깊게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당에선 개가 이따금 짖는 소리와 안방에서 들리는 텔레비젼 소리, 그리고

내 방 창문앞에 있던 커다란 오동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우리집에서 나는 소리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적막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그 적막 속에 묻혀버리는 듯 했다.

그렇게 자란 나는 지금도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도 혼자라는 느낌이 익숙하고 편하다.

그런 내게 점쟁이의 첫 마디가 바로 '외롭다'는 것이었으니 나로선 가슴에 꽂힐 수밖에.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든 외롭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거의 99프로는 맞다고 생각할 거라는 것이다.

자신의 성향이 내향적든 외향적이든,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고 느끼며 산다.

그러니 점쟁이가 나에게 참, 외롭겠다고 말한 것은

점성술사가 불행을 예언하는 것이 행복을 예언하는 것보다 적중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파스칼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