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3년째 되는 라벤더를 분갈이 했다.
검정색 토분에다 심었는데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잘 어울린다.
사실 지금은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때라 분갈이하기엔 적절치 못한 시기이지만
뿌리가 화분에 꽉차서 영양불량에 꽃대가 부실하여 어쩔 수 없었다.
큰 화분을 한 번 분갈이하고나면 마치 대단한 노동이나 한 것 처럼 온 몸이 아프다.
아마도 무게로만 봐도 5키로는 족히 나갈 듯 싶은 화분을 몇번씩 들었다 놨다를 해야 하니 팔목이 욱씬 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 라벤더는 내가 키우고 있는 화초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화분이다.
2000원짜리 모종을 사다가 저 정도로 키워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식물이라 해도 내 손길과 정성이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교감이 이루어진다.
돌봐주는 만큼, 바라봐주는 만큼 화초들은 온 몸으로 화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아래는 라벤더 꽃을 처음 들였을 때 적은 글이다.
"화초가 집안에 들어온 날은 너무 행복해진다.
예쁘게 자라날 것을 상상하면서 내 마음은 앞서가지만 화초들은 언제나 느긋하다.
시간이 지나야만 하는 것들,
거기에서 난 언제나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 글의 시점에서 보면 오늘의 라벤더는 미래의 모습이다.
과거와 미래는 언제나 저렇듯 끈처럼 이어지고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정성을 들인 나의 현재가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미래는 올 수가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던 것처럼 미래가 와줘서 얼마나 뿌듯한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