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조경란 <문학동네>

kiku929 2010. 1. 11. 17:42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등장하는 인물도 얼마되지 않는다.

화자인 나를 비롯하여 한때 사랑했던 남자 건축가와  그의새 애인, 주방장, 나의 친구인 문주...

이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줄거리는 요리사인 '나'는 건축가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동거를 하게 되지만

그 남자가 모델출신이면서 쿠킹 클래스에 음식을 배우러 온 세연이란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책은 그렇게 남자의 변심으로 이별을 하게 된 후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나'는 사랑하는 남자와 자기에게 요리를 배우고 있는 여자와의 정사를 목격하게 되고

남자는 결국 이 여자에게 집과 개를 남겨주고 떠나버린다.

"이제 내가 원하는 건 네가 아니라 세연이야"이렇게 말하며...

이때부터 '나'는 이별의 고통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아직 그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기에 순간순간 배신감을 느끼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 잃은 '나'에게 하나가 남았다면 바로 혀의 감각이다.

그 감각만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1월, 2월, 3월.... 7월로 이 소설은 끝난다.

마지막 7월, '나'는 고기요리에 심취하게 되고 그중 혀요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그리고 래시피가 끝났을 때 '나'는 모델을 데려다 마취시킨후 혀를 잘라 그 남자에게 요리를 만들어 준다.

최후의 만찬처럼...

끔찍하고 소름돋는 엽기적인 이야기가 거부감을 주지만 직선적인 화법이 아니어서인지

읽기엔 부담이 없었다.

글이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짦은 문장으로 구성되면서도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땅에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어떤 바람도 이겨내고 초록색 열매를 맺는 올리브나무 같은 게 사랑인 줄 알았다.

지금은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슬픈게 아니라

사랑이 더 이상 올리브나무도 음악도 그리고 맛있는 한 접시의 음식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씁쓸하다.

그러나 땅속에 뿌리처럼 이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글 중에서-

 

                                                               

 

 

책과의 만남도 인연이라 생각하기에 책을 읽고나면

내게 다녀갔다는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데 게으름에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간단히 메모라도 남기면 제목은 기억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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