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헤르메스 미디어)

kiku929 2010. 1. 11. 17:45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렇다고 그녀의 드라마를 빠짐없이 본 것은 아니지만

텔레비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제법 많이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고독,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정도이니...

(이중 "거짓말"은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남아있는 드라마이다.)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후에 극본을 대충 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꽃보다 아름다워"란 작품이었다.

그 작품의 나레이션에 나왔던 이야기가 내 글 어딘가에도 들어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대사마다에 그녀의 삶에 대한 철학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

그늘진 곳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려는 그녀만의 인간적인 마음씀이 물씬 젖어들어있기 때문이다.

날 것 같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뽑아져 나온 따끈한 살아있는 언어들...

 

그래서 그녀의 대사들 중 내 삶속에 파고 들어있는 것이 참 많다.

그 중 고독에서 나오는 대사에 "사람은 사람 때문에 사는 거"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람이 신도 아닌, 그 불안정한 사람에 기대어 한평생을 산다는 그 말이 눈물날 만큼 애처러우면서도 아름다우니...

 

그녀가 에세이를 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으로.

책의 가장 첫 장에 작가의 사인과 함께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 사랑도.'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노희경다운...^^

어제 받아봐서 오늘까지 다 읽었다.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겨있어 읽는 내내 나까지도 행복해진다.

영화 '화양연화' '바그다드 카페' '봄날은 간다'에 대한 사견도 있고 자기와 작품을 함께 한 감독 배우들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가슴 찡한 글들이 실려있다.

 

 

 

 

사랑은 또 온다.

사랑은 계절 같은 거야.

지나가면 다신 안 올 것처럼 보여도

겨울 가면 봄이 오고, 이 계절이 지나면

넌 좀 성숙해지겠지.

 

그래도, 가여운, 내 딸.

 

-거짓말 중에서-

 

 

 

 

왕가위의 느림에는 이유가 있다.

.......................................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그 예민함과 관찰은 실제의 시간보다 그 시간의 시간을 훨씬 느리고 길게 한다. 왕가위는

그것을 잡아내고 있다.

 

영화<화양연화>에 대한 이야기중에서...

 

 

내가 왕가위를 좋아하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불륜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부각해 동정표를 찍게 하는 재주 바로 그것이다.

누굴 동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자비로울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돌을 던지는 자 옆에 서서 돌에 맞은 자를 감싸안는 일,

그것도 영화인과 작가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칠 것이다.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라,

너와 다른 사람을 인정해라,

소외된 사람을 등 돌리지 마라,

그리고 혹 네가 소수에 끼는 사람이 되더라도,

소외받는 사람이 되더라도 좌절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