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빌려왔다.
하룻밤만에 읽었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대로 술술 읽혀지는 책.
"불행이랄 거 하나도 없었어. 나는 웃는 일도 우는 일도 없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담담한 매일이 되풀이 되는 게 불행이라고 생각해."
"비숫한 것에 열중하고 비슷비슷하게 사랑을 하며 비슷한 시간을 지냈다고 해도
그것들에 대한 반응은 모두 다르다. 다양한 기억을 다양한 서랍에 넣고 어른이 된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란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제대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아주 슬펐을 때나 기뻤을 때 눈앞에 펼쳐진
세계가 있다고 쳐, 그건 세상의 조그만 자투리일 뿐이지만 그 사람에게 있어서
그 자투리의 냄새나 색은 완벽한 것이었을 거라 생각해."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책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그랬더니 무슨 소릴 하냐는 얼굴로 저를 보시고는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어디든 데려가 주는 건 책밖에 없지 않니.' 하시더라고요."
"나는 이제 슬슬 갈 것 같구나. 그런대로 괜찮아. 이만큼 산 걸로 충분해.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모두 사람이 변한 것처럼 내게 다정하게 대하는 거다.
으르렁거렸으면 마지막 날까지 으르렁거리는 게 맞아. 용서할 수 없는 게 있으면
마지막까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게 사람 간의 관계야. 상대가 죽든지 말든지
화가 치밀면 화가 난다고 얘기해야 하는 게다."
"아주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나는 읽으면서 자주 생각한다.
혹시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찌 되었을까?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이 책이 없었다면,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확실히 내가 본 세상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 있어서 좋았다.
다행이다."
하룻밤 나의 친구가 되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외롭지 않은 밤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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