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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정성과 열심은...

kiku929 2013. 5. 4. 10:17

 

 

 

                                                삽목해서 일 년만에 꽃 피고 있는 '버건디 랜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야생초 편지 > 중에서 / 황대권

 

 

 

 

 

 

요즘 아이들의 최대 결핍은 바로 결핍을 모른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충만한 감정은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란 존재가 어떤 것에 개입하고,

그 개입한 성과물이 충족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 그것은 결핍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커진다.

이것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일보다 허름한 시골집에 살림을 차릴 때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내가 화초를 키우면서 흐믓할 때는 직접 삽목해서 뿌리 내리기를 기다리다 다른 화분에 옮겨심는,

키우는 그 과정에서 화초가 무럭무럭 자라줄 때이다.

식물은 얼마든지 개체수를 늘리는 일이 가능해서 화초가꾸는 일은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가지 하나만 얻어와도 2년정도 가꾸면 제법 볼품있어지는 것이 식물이다.

화분도 한 번 장만하면 두고두고 쓰게 되고, 요즘은 아파트에 버려진 화분도 꽤나 많아서

주워다가 쓰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화초가꾸기에 열심인 것도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다른 취미 못지 않게 충만감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키워낸다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기에 그 보람은 어느 것 못지 않게 크다.

결핍이 많은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충족을 얻을 수 있는 일,

나에게는 바로 책 읽는 일과 화초 가꾸는 일이다.

그것은 내 정성과 열심만 있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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