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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성했던 과거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kiku929 2013. 6. 6. 23:55

 

 

 

                                                                         베란다의 꽃들도 다 지고 이젠 초록이다

                                                    꽃들은 자신의 영화를 기억하지 않는데 나만 아쉬워한다

 

 

 

 

작은 도시의 번성했던 과거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비록 가난은 쉽게 잊혀질지언정 번성했던 영화를 옷에 묻은 빗물 털어내듯 가볍게 털어내기란

정녕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그 무거움으로인해 도시의 현재는 언제나 과거에 꽁꽁 얽매여 있기 마련이어서

경쾌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풍경을 내놓기 일쑤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한 채 서성이기만 하는 주변인과도 같은 모습 말입니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풍경>중에서  / 이지누 찍고 씀, 샘터 (2004)

 

 

 

 

 

사람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남루했던 시간은 쉽게 털어내지만 한때 빛나던 시간에 대해선 오래오래 붙잡고 놓아주지를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현재 자신에게 굴레가 되어 새로운 길을 선택함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과거 자신이 빛을 발하던 시간에 묶여 현재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늘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는 길은 지금 이 시간에 늘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수행자들은 말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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