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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은...

kiku929 2013. 11. 22. 00:49

 

 

 

                                 큰 딸이 결혼 일 주년 기념 여행으로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한라산, 올 해 첫눈이었다고 한다.

 

 

 

 

유목은 단순한 편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유랑도 아니다 .

그것은 움직이면서 머무르는 것이고, 떠돌아다니면서 들러붙는 것이다.

'지금, 여기'와 온몸으로 교감하지만, 결코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어디서든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그것은 세상 모두를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마침내는 세상 모든 것들은 낯설게 느끼는 것이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중에서 / 고미숙 지음, 그린비

 

 

 

 

*

이 책에서 작가는 '유목'이라는 말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그중 세상 모두를 친숙하게 느끼면서도 세상 모든 것을 낯설게 느끼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이것과 저것의 경계가 없는 경지라고나 할까.

예전 어떤 분이 자신을 지칭하기를 '아날로그 유목민'이라고 했다.

그 한마디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되는 아주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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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이란 책을 접하고 난 후 작가에 매료되어 다시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윗 글은 프롤로그에 있는 내용중 한 부분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많은 고전이 그렇듯이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이렇듯 누군가의 손을 거친 고전 문학은 접근하기에 좀더 손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

알고는 있지만 그다지 호기심을 느끼지 못했던 책에 대해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고미숙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면서도 딱히 사로잡히는 책이 없어 그동안의 독서 역시 지지부진하였는데

이렇게 쏙 빠져드는 책을 발견하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대상을 만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