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 / 안도현

kiku929 2010. 1. 11. 19:09

 

                              

 

 

 

 

    사랑

 

                      안도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사랑에 끝이 있는가?
죽음이 사랑의 끝인가? 아니다. 사랑에는 끝이 없다.
사랑은 '사랑했었노라'라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한다'는 현재진행형이어야한다.
그래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염원하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죽은 먼 훗날에도 사랑의 기도는'사랑한다'이다.

 

정일근

 

 

조선일보 2007.11.6일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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