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적멸 / 정한용

kiku929 2013. 11. 22. 09:01

 

 

 

       

 

 

 

적멸

 

 

정한용

 

 

 

 

스무 해 전에 보낸 편지에

수무 해 지나 메일로 답이 왔다.

 

알 수 없는 일, 겨우겨우

가는 목숨을 어찌어찌 이어오던 난 화분에

꽃이 달렸다.

 

모든 목숨은 물 같은 그리움이거나

빈집을 흐르는 울림이거나

상처의 흔적이거나

 

 

 

 

 

 

 

그리워하는 일, 사무치는 일, 기다리는 일...

이 모두 살아 있다는 증표이지 않을까.

 

그것을 버거워하지 않고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 때

진정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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