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 / 김재진

kiku929 2010. 1. 11. 19:17

 

 

 

 

 

 

  나

 

                   김재진

 

 

 

누구인가?

그림자처럼 따르며

가만히 나를 지켜보는 눈은.

머리 흔들어 떨쳐내려 해도

내 속에 누군가 숨어 있다.

숨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나는 도대체 어디서?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온 곳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갈 어딘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속에 숨어 나를 지켜보는

그늘지고 깊은 눈

내 죽고 나서도 어쩌면 그렇게

지켜보고 있을 눈

문득 나는 내가

몇 개의 나로 겹쳐져 있음을 깨닫는다.

 

 

 

 

가장 두려웠던 건 내 자신이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나에게 물었다.

지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나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설득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는 명분이 언제나 내겐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벽에 갇혀 산다.

거머리처럼 나를 바라보는 집요한 시선들,

숨막히다.

하루라도 나는 나와 별개가 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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