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새처럼
이정자
새 한 마리 자작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 앉는다
잠시 흔들리는 나뭇가지
깃들었던 체온이 나이테에 황홀히 감긴다
나무는 새를 가두지 않는다
잎새에 새겨진 흔적
그 황홀했던 기억을 품어 안고도
나무는 제 가슴의 남루를 드러내지 않는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한때 나는 너의 감옥을 꿈꾸었었다
초록의 숲에 와서
이제 가슴속의 너를 풀어 놓는다
너를 가두고 나를 가두던
매혹의 집 한 채, 온전히 비워둔다
비울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는
하늘과 별 그리고 풀잎의 노래에 귀기울여야 한다
아픔으로 익어가야 한다
저 자작나무 가지에 앉았다 가는 새처럼.
너의 마음이 닿는 곳,
너의 발길이 멈추는 곳
그곳이 너의 집이 되리
마음이 머물면 나뭇가지 하나도 감옥은 아니지만
날개짓을 시작한 새에겐
숲도 감옥이 되는 법
나무처럼
아무것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리
온전히 비움으로써
다시 고이는 자유로운 영혼
그위에 내 마음을 안치고 따스한 사랑을 지으리
새처럼 자유롭게, 가볍게 노래부르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 김재진 (0) | 2010.01.11 |
---|---|
생가 / 인병선 (0) | 2010.01.11 |
잊어버립시다 / S. 티즈데일 (0) | 2010.01.11 |
그만 파라, 뱀 나온다 / 정끝별 (0) | 2010.01.11 |
노을의 집 / 배문성 (0)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