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재진
누구인가?
그림자처럼 따르며
가만히 나를 지켜보는 눈은.
머리 흔들어 떨쳐내려 해도
내 속에 누군가 숨어 있다.
숨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나는 도대체 어디서?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온 곳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갈 어딘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속에 숨어 나를 지켜보는
그늘지고 깊은 눈
내 죽고 나서도 어쩌면 그렇게
지켜보고 있을 눈
문득 나는 내가
몇 개의 나로 겹쳐져 있음을 깨닫는다.
가장 두려웠던 건 내 자신이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나에게 물었다.
지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나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설득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는 명분이 언제나 내겐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벽에 갇혀 산다.
거머리처럼 나를 바라보는 집요한 시선들,
숨막히다.
하루라도 나는 나와 별개가 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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