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kiku929 2014. 3. 5. 22:13

 

 

 

 

 

 

 

 

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 마십시오.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문학과 지성사, 2014년

 

 

 

 

 

 

절정의 순간은 한 번이면 족하다.

 

한 번이어서 절정이 되고

한 번이어서 황홀은 극치가 된다.

 

스스로 더 이상의 절정을 그리워하지 않고

관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

 

이것을 해탈이라 말하면 안될런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이꽃 / 안도현  (0) 2014.03.17
봄 / 최윤진  (0) 2014.03.16
근황 / 조항록  (0) 2014.02.22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0) 2014.02.14
<감상 해보기> 고양이 감정의 쓸모 / 이병률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