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 마십시오.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문학과 지성사, 2014년
절정의 순간은 한 번이면 족하다.
한 번이어서 절정이 되고
한 번이어서 황홀은 극치가 된다.
스스로 더 이상의 절정을 그리워하지 않고
관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
이것을 해탈이라 말하면 안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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