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최윤진
문빈정사
섬돌 위에
눈빛 맑은 스님의 털신 한 켤레
어느날
새의 깃털처럼
하얀 고무신으로 바뀌었네
밖에 나가 보니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이다, 봄!
왜 봄이 되면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울까?
해마다 마음의 껍질이 두꺼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그 단단한 껍질을 아랑곳하지 않고 뚫고 나오는
정체불명의 그것.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꽃 그림자 같기도 한....
정말 속수무책의 순간이다.
봄 바람에 하얀 고무신으로 갈아 신는 스님의 마음도
그 순간은 꽃의 유혹에 잠시 기우뚱 할런지도...
아마도 그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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