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 / 최윤진

kiku929 2014. 3. 16. 00:45

 

 

 

 

 

 

 

 

 

최윤진

 

 

문빈정사

섬돌 위에

눈빛 맑은 스님의 털신 한 켤레

어느날

새의 깃털처럼

하얀 고무신으로 바뀌었네

 

 

 

 

 

 

밖에 나가 보니 산수유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이다, 봄!

 

왜 봄이 되면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울까?

해마다 마음의 껍질이 두꺼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그 단단한 껍질을 아랑곳하지 않고 뚫고 나오는

정체불명의 그것.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꽃 그림자 같기도 한....

정말 속수무책의 순간이다.

 

봄 바람에 하얀 고무신으로 갈아 신는 스님의 마음도

그 순간은 꽃의 유혹에 잠시 기우뚱 할런지도...

아마도 그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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