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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사실.의견 구분않는 언어로 단절 심화"

kiku929 2010. 1. 9. 10:46

광화문문화포럼 아침공론 초청 강연

 

 

소설가 김훈(60) 씨는 “우리 사회의 언어가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이 당파성에 매몰돼 의견을 사실처럼,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있어 단절의 장벽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의 제83회 아침공론 마당에 초청돼 ’나의 문학과 사회인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은 우리 사회의 소통 단절을 지적했다.

그는 “요즘 글 쓰기가 어렵고 신문, 저널 읽기가 고통스럽다”며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않는, 인간에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는 언어가 횡행하고 있어 단절이 완성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들이 당파성에 매몰돼 그것을 정의, 신념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나는 신념이 가득찬 자들보다는 의심에 가득찬 자들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언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부정되고 수정될 수 있는 허약한 것이라는 점에서 힘을 갖는데 우리 시대 언어의 모습은 돌처럼 굳어지고 완강해 무기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견과 사실의 경계가 분명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그는 소설 속에서도 실천하고 있는데 그는 이를 대학시절 처음 읽은 ’난중일기’ 속 이순신 장군의 언어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이순신의 지도역량이나 덕성이 아니라 리얼리스트 정신이었다”며 “그는 어떤 당파성도 없이 바다의 사실에만 입각해서 썼다. 무인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아무런 수사학이 없는 문장이었다”고 말했다.

난중일기를 처음 읽은 지 35년이 지나 써내려간 소설 ’칼의 노래’도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쓰겠다는 생각에 원래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라고 썼던 첫 문장을 고심 끝에 일말의 주관도 개입돼 있지 않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문장으로 고친 일화도 소개했다.

김씨는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시각을 강조했다.

“현실에 참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현실에 직접 개입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한 후 “현실 개입 여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당면한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정서적, 이념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실 위에 정의를 세울 수는 있어도 정의 위에 사실을 세울 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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