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정원 9-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번짐...
이 말을 이해하면 세상 모든 순리를 감히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와 하나가 만나고
이것이 저것이 되는 것,
그 틈을 서서이 번짐으로 채워가는 일...
번지는 곳에는 나비 한 마리 팔랑이며 날아간다.
따사롭고 평화로운 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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