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 천양희

kiku929 2010. 1. 11. 19:30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 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 연암 박지원의 글  「답경지(答京之)」에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지만

시인도 아닌 내가

이 시를 읽으며 끄덕끄덕 하고 있다면

나는 무엇으로 이 지상을 살아야 하나?

 

시인에게도 시적인 삶이 땀나는 일이거늘

시인 근처에도 못가는 나에게

시적인 삶은 또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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