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고울까나...
감자꽃 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 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내준 적이 있는 시간처럼
우리 사이를 살짝 데치듯이 지나가 슬픔이라는 감자가 달리기 시작하고
따다 버린 감자꽃의 내면 중엔 나도 너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
그 많은 날을 다 잊어야 하는, 두고두고 빗물에 파이는 마음일 때
목울대에도 가슴에도 감자가 생겨난다
감자같이 못 생긴 흙 묻은 눈물이 넘어 온다
우리 중 누가 잠들 때나 아플 때처럼
그 많던 감자꽃은 감자의 안쪽으로 가만히 옮겨졌다
*《시와표현》 2014 여름호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
갑자기 주먹만한 감자가 나의 목구멍에 얹힌다.
슬픔과 그리움의 감자들...
감자꽃의 시간들은 어느덧 지고
감자의 몸 속에서나 영글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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