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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kiku929 2014. 7. 24. 02:13

 

 

 

                                                                                                                부여 무량사에서...

 

 

 

 

어느 사회나 초기 단계에서는 대개 정치학과 법학이 중심적인 기능을 하지요.

그런데 사회가 좀 발전하고 나면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의 학문이 주도적인 기능을 합니다.

그 다음에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인문학이 중심학문으로 등장하지요.

 이보다 더 발전한 나라에서는 고고학이나 인류학이 주요 학문으로 부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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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등과 같은 인문학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문명과 인간의 흐름을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미래를 위한 비전과

메시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입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다른 나라에서 정한 비전이나 메시지를 학습해서 그대로 수행하거나 모방하는 역할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는 메시지를 스스로의 힘으로 창조, 선택, 판단해야 하는 정도로 나라의 수준이 올라서야 인문학이 중심적인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이 그리는 무늬>중에서, p28 / 최진석 지음 / 소나무 (2013)

 

 

 

 

 

 

요즘 우리나라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이나 역사, 종교에 비해 문학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이제 인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주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급류에 휩쓸리게 되는 위험을 감지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자본사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인문학 밖에 없는 듯 하다.

왜냐하면 그 부작용이라는 것이 인간의 가치가 화폐의 가치 아래로 추락하면서부터 파생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인간은 상대적 열등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인문학 서적을 보면 키워드는 하나인 것 같다. 그것은 '주체성'.

그 주체성이란 것은 흐르는 강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버티는 힘인지도 모른다.

너와 나의 삶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두 삶은 비교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거기에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삶은 반드시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하고, 당당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불교는 어쩌면 지금 인문학에서 말하는 주제와 가장 맞닿는 종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불교는 신앙이라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수행토록 해주는 길잡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 밀착형 철학이라고나 할까?

 

난 우리 아이들이 인문학에 관한 서적을 되도록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아직 때가 아니어서인지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래도 언젠가는 왜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온다는 것은 사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