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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었다'는 말...

kiku929 2014. 8. 5. 09:46

 

 

 

                                                                                            제법 철이 든 사과...^^

 

 

 

 

'철'이란 봄, 여름 , 가을, 겨울 같은 계절의 시간을 뜻해.

'철이 이르다.'거나 '철이 늦다.'는 말에서 '철'도 다 같은 뜻이지.

딸기나 참외같이 먹는 것에도 다 철이 있어서, 제대로 맛이 들었으면 "제 철이구나." 하고, 철이 지나서 맛이 없으면 "철이 갔네." 혹은

"한물 갔구나."하지.

... 이렇게 모든 것은 다 철이 있는 거야. 철이 드는 때도 있고 , 또 지날 때도 있지.

이처럼 '철'이라는 말은 시간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철학을 또렷이 보여 주고 있어. 생각해 보렴.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야.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흔적을 남기지. 시간은 어떤 형태로는 바뀌어 쌓이는 거야.

... 철은 그렇게 해서 드는 거야. 철이 들면 딸기나 참외가 맛있는 것처럼, 우리 생각과 마음도 익어가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생각도 변하는 거고.

철이 들어오도록 너도 마음을 열어 봐. 바깥에 있는 철, 그 시간들을 떡국 먹듯이 모두 먹어 버리라고.

철을 네 마음속 깊이 끌어들이면, 너도 어엿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너 정말 우리말 아니?>중에서 / 이어령 글 / 푸른숲주니어(2009)

 

 

 

 

 

 

말이 '생각을 담는 그릇'에 비유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철이 들었다는 말, 그것은 시간이 우리 안에 들어와 쌓여 숙성이 되었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지금은 여름...

이 여름의 시간들이 내 안에 들어와 편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정갈한 방을 마련해놓아야 겠다.

그것은 아마도 시간을 느낄 줄 아는 여유가 아닐까...

 

아이들 책인데도 철학적 깊이가 있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가지고 있단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