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무량사에서....
두 가지 문제가 모두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두 가지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한쪽 길로 가려고 해도 더 깊게 멀리 가지 못하고 곧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서 다른 쪽 길로 가려고 합니다.
결국 이런 사람은 그 갈림길 주변부에 머물다 지쳐가게 될 겁니다.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는 제대로 삶을 영위하지는 못하는 셈입니다.
제대로 길을 걸으려면, 그는 갈림길 중 어느 한 가지 길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인연과 항상 마주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중에서, p378 / 강신주 지음/ 동녘 (2014)
버스를 타고 가다가, 혹은 길을 걷다 우연히 듣게 된 유행가 가사가 어느날 가슴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이미 알았던 노래인데도 순간적으로 공감이 갈 때이다.
책을 읽는 것도 그와 같은 것 같다.
무심코 읽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는 한 구절...
카프카가 좋은 책은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 정수리를 갈기고 달아나는 크고 무시무시한 도끼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듯이
그 한 구절은 삶의 애매한 순간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때가 있다.
나에게 이 글이 그러하였다.
글을 읽고 내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로 절실했느냐고... 그러면 절실한 문제 하나만을 잡으라고...
사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알면서도 미련과 집착 때문에 하나를 놓아버리지 못하고 중간에 서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살다보면 원하고 원치 않고, 좋고 싫고의 그런 물음도 사치인 순간이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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